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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16 19:37:39, Hit : 712)
더럽고 앵꼽아서>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강론>

<더럽고 앵꼽아서>

부산 교구 사제들은 2년마다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오만가지 검사를 한답시고 반나절이 넘게 걸리는데, 어느 신부님이 그럽니다. '야, 그놈의 검진을 뭐하러 받냐? 우리 나이에 병 하나 없이 사는 사람 어디 있노... 괜히 어줍잖은 병 하나 알고 나면 술 끊어라 그러지, 담배끊어라 그러지... 그저 죽기 전까지 병하고도 사이좋게 살면 그게 최곤기라...'  

도무지 고칠 수 없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말하기를 '제 아무리 이름 높은 명의가 있다하더라도 그가 고칠 수 없는 환자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 스스로가 병자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하였습니다. 그 어떤 좋은 약도, 기가 막힌 침술도 굳이 자신이 병이 없다고 믿는 데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마찮가지입니다. 스스로 의롭다하는 사람, 나는 죄 없는데 온통 너의 허물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믿는 사람, 너의 탓은 아홉이 보이고 내 탓은 하나밖에 보이지 않으니... 세상엔 온통 의인들 천지입니다. 온통 잘난 사람 천지입니다.

이렇듯 스스로 병이 없다 생각하니 치유자 예수님이 필요할 턱이 없습니다. 그저 깨끗하고 의롭다는 진단서 한 장만 발부해주시면 된다고 허세를 부립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는데, 뭐냐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빠서 못 갑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기에 세상이 너무 바쁩니다. 주일마다 일이 생기고, 좋은 일 좀 할라 그러면 꼭 중요한 일이 생깁니다. 이렇게 너무 바빠서 하느님 나라에 못 들어갑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앵꼽아서 못 갑니다." '어찌 저런 사람하고 내하고 같이 들어갈 수가 있노?', '어찌 저런 죄인들하고 내가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노?' 더럽고 아니꼬와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앵 꼽아서 안 들어가고 맙니다.

스스로 의로운 사람 앞에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도 아무 것도 해 주실 수 없습니다. 의사 앞에 가서도 나는 아프지 않다고 깡짜를 부리고 있으니 제 아무리 용한 의사라도 별 수가 있습니까?

자신이 병 있음을 아는 병자와 자신이 병 있음을 모르는 병자,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에 먼저 의사가 달려가겠습니까?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자녀와 하느님의 용서는 됐고 그저 당신의 은총만 바라는 자녀,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에 먼저 하느님의 사랑은 실천되겠습니까?

저도 한 3년 동안 검진을 안 받았었는데, 올해는 꼭 건강 검진을 받아야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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