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 9/203 회원가입회원로그인
  View Articles
광야소리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4-16 19:40:11, Hit : 729)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제 오늘 1박 2일 동안 저의 출신 본당인 하단 성당 출신 신부와 신학생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제가 신학교 1학년 때 중학생 세 명을 불러 놓고 돈까스 하나씩 사주며 신부 되라고 꼬신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두 녀석이 낼름 신학교를 들어와 벌써 내년이면 부제품을 받는다고, "이제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너무 그라지 마쏘... 행님..." 하면서 앵기는데 어찌나 징그럽던지요...

촐망촐망 어린 모습은 간데 없이 지금은 20대 후반에, 벌써 머리는 저보다 더 벗겨졌지만 그래도 동생들인데 우짭니까... 용돈 주고 밥 사 먹이고 술 사 먹이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 제 방엘 데리고와 저에게 있는 물건 중에 필요한 것들을 골라가게 했습니다.

"행님, 이래도 됩니까?" 그 놈들 중에 그래도 염치가 좀 있는 녀석이 삐쭉거리며 묻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괜찮다. 이거 다 공짜 아이다. 느그도 나중에 다 개내야 할끼다... 그러니 지금은 받아놔라."

그랬습니다. 옛날 신학생 때는 아쉬운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집에 손벌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방학이라고 맘 편히 아르바이트로 돈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때마다 선배 신부님들께 신세를 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그것이 다 공짜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나고 나서보니 세상에 공짜란 그리 흔한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 때 선배님들께서 무상으로 베풀어주셨던, 그 모든 것들을 이제는 제가 개내야 할 때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예수님으로부터 독설을 넘어 멸망의 예고를 받는 이 세 도시를 봅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가장 많이 사랑하신 도시였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코라진, 베싸이다 그리고 가파르나움에서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그 기적을 공짜로 먹을려고 합니다. 기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문제요 목적이 아니라 하느님을 깨닫는 도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저 기적의 단물만을 빨아먹고 모른척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늘 말씀하시는 멸망에 관한 예언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목적은 구원이요, 예수님 기적의 목적은 바로 회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댓가입니다.

많이 사랑 받을수록 많이 사랑해야만 하고 많이 용서 받을수록 더 많이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이 단순한 사실을 우리 역시 잘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받은 것도 사랑인 줄도 모르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은총인 줄도 모르니, 받으면서도 부족하고 누리면서도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받은 만큼 개내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닙니까? 하느님께 받은 은총, 하느님께 받은 사랑, 내 것이라고 움켜쥐지 마시고 잘 베푸시고, 잘 나누시며 사시기 바랍니다. 아멘.







Prev  <안다는 사실>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광야소리
Next  <당신만이...> 연중 제15주일 강론 광야소리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uZine